
Insun Choi 최인선 © 2GIL29 GALLERY
Landscape in Abstraction 추상적 풍경
2015
Oil on Canvas
162.3X 131 cm
계절은 언제나 우리에게 약속된 것처럼 다가옵니다. 그중에서도 여름은 가장 극단적인 계절입니다 — 밀도 높은 빛, 팽창된 온도, 뜨거운 리듬. 그러나 이 전시는 그 정점이 아닌, 아직 도달하지 않은 여름, 도래를 앞둔 시간의 틈에서 시작됩니다. 《Still Waiting for Summer | 여름을 기다릴 때》는 도래 이전의 감각, 준비되지 않은 예감, 그리고 그 사이의 간극에 주목합니다. 여름이 오기 전의 풍경, 그 모호하고도 농밀한 시간을 어떻게 감각할 수 있을지를 묻습니다.
기다림은 멈춤이 아닙니다. 그것은 되돌릴 수 없는 시간 속에서만 존재하는 감정의 운동이며, 이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태어나는 상상과 감각의 총합입니다. 전시에 참여한 최인선(B. 1964), 홍유영(B. 1975), 음하영(B. 1980)을 비롯한 9인의 작가들은 각자의 매체와 태도로 이 느리게 전개되는 ‘예정된 계절’을 마주합니다. 이들의 작업은 어떤 정답도 없이, 오히려 불확실성과 지연 속에서 정서의 진동을
포착합니다.
최인선은 언어와 구조를 통해 기다림을 하나의 조형적 시간으로 펼쳐냅니다. 사물의 논리와 시선의 구축 방식에 천착해온 그는, 이번 전시에서 변화의 임박함을 감지하는 조형적 장치를 제안합니다. 관객은 그의 작업 속에서 ‘아직 오지 않은’ 것을 감각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홍유영의 작업은 다층적 시간에 대한 조형적 묵상입니다. 그녀는 도달하지 않은 계절, 즉 ‘여름 이전’ 상태에 존재하는 열기와 기운을 물질의 언어로 구성합니다. 공간은 비워지고, 사물은 쌓이며, 몸은 감각을 재조정합니다. 그녀의 조각은 언제나 불완전한 사건의 흔적처럼 남습니다.
음하영은 일상의 순간들을 독창적인 시선으로 포착하여 회화로 풀어내는 작가입니다. 그의 작업은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익숙한 공간과 사물에 새로운 정서를 불어넣습니다. 색과 질감이 살아 있는 화면은 시간의 흔적을 머금고 있으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개인의 기억이 교차하는 서사를 담아냅니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도래하지 않은 여름’을 기다리는 감정의 깊이를, 고요한 리듬과 시각적 중층성으로 풀어냅니다.
《Still Waiting for Summer | 여름을 기다릴 때》는 결국 계절의 문제를 넘어, 감각의 구조를 다루는 전시입니다. 이는 시간에 대한 개인적 체험이 어떻게 시각적 언어로 변환되는지를 살피는 작업이며, 지연과 불확실성이라는 감정의 상태를 통해 오히려 더 선명한 현실을 드러냅니다. 여름은 아직 오지 않았고, 어쩌면 끝내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전시는 그 ‘오지 않음’을 응시하는 일에 대해 말합니다.

HayoungEum 음하영 © 2GIL29 GALLERY
Shrink Unicorn
2025
Acrylic on Canvas
100 x 100 cm
Euyoung Hong홍유영 © 2GIL29 GALLERY
Things, 2024-25
Found objects, plywood, glass
Dimensions variable
Installation at Park Soo Keun Museum, Gangwon